반디앤루니스 리뷰

비평 무크지 《크릿터》가 민음사에서 창간되었다. 같은 출판사에서 간행되는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를 연상시키는 이름의 《크릿터》는 비평을 뜻하는 ‘크리틱’에서 제호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만큼 보다 본격적이고 깊이 있는 문학평론과 한국문학의 현장성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도서 리뷰가 실린다. 창간호의 주제는 ‘페미니즘’이다. 최근 여러 문예지에서 산발적으로 논의되어 온 페미니즘 비평의 논지를 하나로 모아 보려는 기획에 김미정 등 아홉 명의 여성 문학평론가가 필진으로 참여했다. 리뷰는 소설 열두 종, 시집 일곱 종을 다뤘다. 그 외에 기획 코너를 통해 최근 한국소설의 계보와 영역을 시간과 공간을 보다 넓게 해석하고자 하는 시도의 평론을 선보인다.
비평의 설 자리가 사라진다는 말이 엄살로 들리지 않는 요즘, 본격 문학 평론지를 표방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선언한 《크릿터》에 많은 기대와 관심이 모인다.


 




목차

특집_ 페미니즘
김미정_ 움직이는 별자리들: 포스트 대의제의 현장과 문학들 8
이영재_ 돌봄, 함께 있음의 노동 20
정은경_ 포스트휴먼 시대의 여성의 노동 30
허윤_ 아웃사이더들의 연대와 불협화음 40
양경언_ 미래(彌來), 미래(美來), 미래(未來) —퀴어 비평의 가능성과 조건들 52
강지희_ 경계 위에서 61
소영현_ 퀴어의–비선형적인, 복수의–시간 74
박혜진_ 증언소설, 기록소설, 오토(auto)소설 96
백지은_ 신을 창조한 인간이 인공지능을 만들었다 106

리뷰_ 지금 여기의 한국문학
강윤정_ 삶은 ‘경애’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경애의 마음』 120
허희_ 수다한, 희미한 -『그 개와 같은 말』 123
신샛별_ 돌봄을 위한 돌아봄 -『내게 무해한 사람』 127
송민우_ 가능한 미래와 소설의 일 -『네 이웃의 식탁』 131
이지은_ ‘나’와 ◦◦사이의 소설, 실패하는 착한 소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134
강동호_ 결국, 딸에 대하여 -『딸에 대하여』 139
서효인_ 평범한 불행을 나눠 갖기 -『마당이 있는 집』 143
인아영_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모두 다른 아버지』 146
소유정_ 연루 너머의 연대 -『미스 플라이트』 150
황예인_ 현실적인 우리에게 -『뱀과 물』 153
남다은_ 사–랑의 글쓰기와 긍지 - 『여름, 스피드』 156
양윤의_ 적어도 한 명의 인간이 있다 -『체공녀 강주룡』 160
이철주_ 이주하는 울음들 -『가슴에서 사슴까지』 182
박윤영_ ‘흙’과 ‘수저’사이의 감정 -『나는 벽에 붙어 잤다』 186
박상수_ 시인의 생존과 지속을 위한 아주 현실적인 분업의 기술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190
김지윤_ 환멸과 회의 속에서 도달하는 질문들 -『울프 노트』 194
장은영_ 우리는 어두운 밤에도 미래를 쓸 수 있다 -『입술을 열면』 199
조대한_ 나는 당신을 거듭 받아 적는다 -『타이피스트』 203
장은정_ 탈출구 -『책기둥』 207

기획_ 최근 단편소설의 계보와 영역
노태훈_ 사라진 후장사실주의자와 돌아온 후장사실주의 212
서영인_ 가족 안에서, 가족 아닌 존재로 218
한설_ 무지갯빛 무지개 -이광수부터 김봉곤까지 223
강화길_ 홈랜드의 사각지대 234
임현_ 나와 ‘나’에 대하여 240



출판사 서평

《크릿터》는 문학평론과 서평을 싣는 무크지이다. 1년에 한 번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무크지로 20호를 낼 것이라 신고했으니 앞으로 열아홉 번은 더 나올 것이고 20년 동안 특별한 사고나 흔한 변심이 없다면, 이 무크지의 마지막 호는 2037년에 나오게 된다. 그날의 문학은 오늘의 문학을 어떻게 기억할까. 무엇으로 기록할까.

《크릿터》는 비평지를 표방한다. 창간호에서는 국내 작가의 소설과 시집 단행본을 중심으로 19편의 리뷰를 실었다. 소설 분야 열두 작품은 기획위원과 편집부의 선정 절차를 거쳤고, 시 분야는 지면에 초대된 일곱 명의 평론가 각각에게 도서 선정을 일임했다. 다루고 싶었던, 다뤄야 했던 작품이 유난히도 많았던 한 해였고, 이는 편집부의 부담으로 오롯이 남을 일이었다. 다만 쏟아지는 출판의 파도 앞에 이 책의 리뷰 몇 편이 각자의 다양한 방향을 가리키는 정확한 나침반이 되었으면 한다.

특집의 키워드는 ‘페미니즘’이다. 짧지 않은 시간 여러 문예지에서 산발적으로 다뤄진 페미니즘 비평의 논지를 하나로 모아 보려는 호기로운 기획에 아홉 명의 문학평론가가 흔쾌히 참여해 주었다. 김미정은 포스트 대의제로서의 움직임으로 지금의 문학 현장을 바라본다. 이영재는 여성에게 강요되어 온 ‘돌봄노동’의 개념을 더욱 본격화해 여성서사를 다시 살핀다. 정은경은 기술의 진보와 여성 노동의 ‘변화/변화 없음’이 문학에 드러나는 양상을 논한다. 허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재현 서사들을 돌아보며 연대와 재현의 문제를 돌아본다. 양경언은 지금까지의 퀴어 비평의 논의를 돌아보고 비평적 논지를 그 한계 바깥으로 끌어올린다. 강지희는 최근 발표된 여성 작가들의 단편을 통해 여성의 시선이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다. 소영현은 근래 부쩍 늘어난 퀴어 서사의 사례를 풍부히 다루며 그 작품들이 재현, 그 이상의 묵직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음을 역설한다. 박혜진은 증언소설과 기록소설 그리고 오토소설이라는 개념으로 그동안 소설적이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어 온 소설의 한 형식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백지은은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먼 논의를 바탕으로 미래의 서사를 가늠한다.

기획에서는 필자들에게 ‘최근 단편소설의 계보와 영역’이라는 부제를 바탕으로 현재의 소설과 과거의 소설을 연결시켜 달라는 진지하고도 엉뚱한 청원을 했다. 그 결과 노태훈에 의해 2010년대의 후장사실주의자는 1930년대 구인회를 연상시키게 되었고, 1940년대 작가 지하련과 지금 시대 작가 윤이형이 서영인에 의해 연결되었다. 이광수 문학의 부분적 퀴어는 김봉곤에 이르러 전면적 퀴어에 다다르게 됨을 한설은 말한다. 평론가나 편집자가 아닌 소설가로는 단 두 작가만이 이 책에 초대되었다. 강화길, 임현 작가는 해외소설과 한국소설을 병렬적으로 위치함으로서 우리 문학의 영역을 확인해 보려는 취지에 완벽히 응해주었다. 그 결과 우리 소설의 옆자리에 길리언 플린과 엠마뉘엘 카레르가 나란히 앉아 있게 되었다.

비평의 필요는 비평으로서 증명되어야 한다. 새로 시작하는 비평 무크지 《크릿터》가 그 증명함의 주요한 방법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 책을 읽고 문학을 즐기는 독자들의 앞에 선 겸손한 손짓의 안내자가 되길 바란다. 글을 쓰고 문학을 탐하는 작가들의 뒤에 선 든든한 차양막이 되길 바란다. 20년,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일은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