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여는 글 / 프롤로그

제1장 주색잡기로 찌든 독재자의 밤
정인숙 피살사건에 얽힌 박정희 권력집단의 엽색행각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박정희와 그들만의 향연
박정희의 연이은 국민 사유재산 강탈 사건
표현과 일상의 자유마저 짓밟은 ‘가위질 정권’
김재규는 왜 쓰러진 박정희를 확인사살까지 했을까
“야, 그 얘긴 하지 마!”
이틀 걸러 사흘마다 벌어진 밤의 ‘향연’
유신정권의 최후를 지켜본 두 여인


제2장 박정희 살해는 정당방위였다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체포 작전
청와대 경호실 ‘호랑이 1호’ 작전 불발
박정희 살해, 미국이 개입했을까
10.26 전야 김영삼 제거공작
10.26, 권력투쟁 드라마의 종합세트
“박정희가 살아있는 한 자유민주주의 회복은 불가능”
“각하하고 나하고 같이 없어져야겠다는 생각도”
“야수의 마음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
“보다보다 안 돼서 혁명했다”
김재규 최후진술 “대통령 희생, 국민 모두를 위한 것”

제3장 박정희, 고문과 테러의 ‘더러운 전쟁’
더러운 전쟁의 시작, “옷을 다 벗으세요”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박정희의 공포통치
김대중 납치, 김영삼 초산테러, 법관과 언론인 겁박
《타임》지에 각하 사진을 게재하라


제4장 5.16쿠데타, 권력은 총구에서
‘스라소니’ 박정희에게 물린 ‘호랑이’ 이한림
정치군인 전두환이 박정희의 후예가 된 사연


제5장 친위대장들의 권력게임
군사정권의 친위대장들
공포정치의 상징, 남산과 빙고호텔
대통령의 그림자, 경호실장
청와대 경호실장 대 중앙정보부장


제6장 윤필용 사건과 하나회
용의 역린을 건드린 한마디, “퇴진…”
실체를 드러낸 군내 비밀사조직 ‘하나회’


제7장 배신과 변신의 달인 박정희
거듭되는 배신과 변신, 기회주의자 박정희
박정희 정권의 검은 거래 ‘독도밀약’




책속에서

아직도 우리는 어둠의 독재자 박정희의 더러운 권력이 남겨놓은 나쁜 유산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권위주의적 지도자와 일사불란한 정치질서를 갈구하는 신드롬이 나타나는 것도 바로 박정희 체제가 씨앗을 뿌린 신민문화臣民文化의 유산이다. 일제 식민통치 35년과 박정희로부터 비롯된 군정체제 32년을 거치면서 권위주의에 굴종하는 신민문화가 만연된 것이 우리의 현대정치사였다. 그와 함께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른바 문민정치가 허상으로 드러나자 그에 대한 복고반동의 심리가 박정희 체제에 대한 우민적愚民的 향수로 이어진 것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정희 재평가에 흔히 동원되는 것이 ‘경제성장의 공적’이다. 한국인들이 가난을 벗기 위해 모두가 얼마나 피땀 어린 고생을 감수했는지는 별로 사회과학적 연구대상에 들지 못해왔다. 그런 논의의 장을 제공하고 활성화시켜야 할 주류 언론은 제 역할을 방기한 채 보수진영의 앞잡이 노릇에 충실한 몰골들이다. (프롤로그, 18쪽)

국회에서 신민당 조윤형 의원이 정인숙 사건 풍자 가요를 낭송했을 때는 청와대 안방에서도 이미 그 문제로 ‘육박전’이 한 차례 크게 벌어진 뒤였다. 육박전이란 육영수와 박정희의 부부싸움을 시중에서 그 성인 ‘육’과 ‘박’으로 표현한 조어였다.
정인숙이 관계한 권력자 26명의 이름이 언론에 보도되고 아들의 아버지에 관한 풍자 노래가 널리 알려지자 육영수는 참지 못하고 박정희에게 대든다. 사실 여부를 따지면서 부부싸움은 험악한 양상으로 치달았다. 박정희는 화가 나서 재떨이를 던졌으며 이것이 육영수의 얼굴에 맞았다. 육영수의 눈자위에 푸른 멍이 든 것을 외부에서 온 여성계 방문객과 청와대 출입기자 일부가 목격했다. 이것이 바깥에 알려지면서 ‘육박전’으로 희화된 유행어가 생긴 것이다. (1장, 33쪽)

박정희 권력의 횡포는 모두가 민주주의의 기본규범을 파괴한 것이 핵심 문제다. 야당 인사와 학생운동 간부 등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자행한 고문악행과 테러가 1977년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의 ‘더러운 전쟁’보다 훨씬 앞섰다. 체제폭력에서 세계적 원조였다. 군국주의 일본도 식민지 저항세력에게나 악독하게 했지 자기네 나라 국민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박정희가 자국민을 상대로 일삼은 악행은 정복자 일제가 이른바 ‘조센징’을 상대로 자행한 악행에 못지않았다. 아니 그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정권을 찬탈했다지만 그 나라의 지도자가 된 것이 아니라 정복자 행세를 한 것이다. 박정희 권력의 전횡 중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이 사유재산 강탈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자연권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근대 시민혁명 이후 확립된 생명권, 자유권, 재산권의 수호야말로 국가권력을 포함해서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3대 기본권이다. 이 중에서 반민주적 독재권력이 침해하는 것은 대부분 자유권과 생명권이다. 재산권에 대해서는 웬만한 독재권력도 대부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데 박정희 정권은 눈에 거슬리는 사람들의 사유재산을 거침없이 강탈했다. 몰수해서 국가 헌납을 해도 안 될 일인데 강탈해서 자신의 손아귀에 넣었고 그것을 후대가 상속재산처럼 운영했다. 박정희에 의한 ‘더러운 전쟁’의 전리품을 딸인 박근혜 의원이 손에 넣은 모양새가 됐다. (1장, 45쪽)

김재규는 마지막까지 10.26에 연루된 부하와 동료들을 걱정했다. 특히 자신의 수행 부관으로 현역 대령인 박흥주에 대해서는 거듭 가슴 아파했다. 박흥주는 육사 18기의 선두주자였다. 전형적인 야전 출신이었으나 김재규와의 인연 때문에 중앙정보부에 근무하다가 비운을 겪었다. 박흥주는 산동네의 허름한 판잣집에 살고 있었다. 그는 당시 힘깨나 쓰는 하나회 장교들과 판이하게 청렴한 가정을 꾸려온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과 탄식을 금치 못했다. (2장, 180쪽)




출판사 서평

우상을 깨고 신화를 넘어 역사의 진실로…

혈서로서 ‘대일본제국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만주군관학교에 입교하여 일본군 장교로 입신한 박정희가, 4.19혁명정신을 짓밟고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지도 어언 반세기가 지났다. 1961년 민주정부를 뒤엎고 총으로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가 18년간 일인독재 철권통치를 자행한 끝에 그의 심복인 김재규의 총탄에 비명횡사한 지도 벌써 32년이 지났다. 한 세대가 지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박정희 망령’이 아직까지도 우리 현실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에 ‘민주혁명’의 대의로써 박정희를 처단한 김재규는 역모의 누명을 쓰고 처형당한 후 아직까지도 그 명예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박정희는 집권 이후 언론을 손아귀에 넣고 정보와 여론을 통제한 가운데 스스로를 ‘근대화와 산업화의 아버지’로 포장함으로써 결국 우리 역사에 긴 ‘허위와 망령의 그림자’를 남겼다. 그렇게 날조된 신화로 민심이 오도된 나머지 그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박정희가 ‘역대 가장 훌륭한 대통령’ 1위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그의 딸이 유력 정당의 ‘대세’로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과연 “누가 박정희를 용서했는가?”를 묻게 되었다. 역사인가? 국민인가? 어떤 세력인가? 아직 단죄도 이루어지지 못한 마당에 누가 그를 용서할 계제도 아니거니와 설령 그가 용서를 받았다 해도 그를 역사 속에 ‘자숙’시킬 일이지 그를 영웅으로 둔갑시켜 정치적으로 팔아먹을 일이 아니다. 그건 역사에 대한 또 다른 죄악이자 국민에 대한 기망欺罔이다. 그런데도 이승만을 ‘국부’로 옹립하려는 바로 그 세력이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단죄를 가로막은 채 그를 우상화하여 정치사회 헤게모니의 영구 장악을 획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박정희 유신정권이 어떻게 망조가 들어 최후를 맞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권력 핵심부에 있던 인사들의 육성증언을 통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김재규의 박정희 살해는 정당방위였다”는 역사적 평가를 내리면서, 박정희의 후예인 신군부집단이 김재규를 군사법정에 세워 단순살해범으로 처형한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일 뿐더러 역사적으로도 부당한 처사임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이어 ‘혁명’의 이름으로 5.16쿠데타를 일으킨 정치군인들의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민주국민을 상대로 한 ‘더러운 전쟁’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다. 더불어 박정희 정권 친위대장들의 권력게임, 윤필용 사건과 하나회에 관한 기술을 통해 당시 독재정권이 어떻게 작동하고 국가권력이 어떻게 사유화되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극단적인 기회주의자의 길을 걸어온 박정희의 역정을 통해 그 놀라운 변신술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서라면 배신도 밥 먹듯이 하는 그 실체를 밝히고 있다. 박정희는 ‘과거’가 아니라 아직도 현실정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재’이기 때문에 이 책의 의미는 그만큼 무겁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