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프롤로그
첫 번째 이야기수거함-의류수거함은 기억이다
두 번째 이야기수거함-마녀’s House
세 번째 이야기수거함-중독도 살아가는 힘이 된다
네 번째 이야기수거함-고맙습네다
다섯 번째 이야기수거함-195번 의류수거함
여섯 번째 이야기수거함-아멘, 나무아미타불, 인샬라, 옴마니반메홈
일곱 번째 이야기수거함-둘만의 우체통
여덟 번째 이야기수거함-크래시 테스트 더미
아홉 번째 이야기수거함-그 역은 인생에서 딱 두 번만 드나들 수 있으니
열 번째 이야기수거함-소들아 돼지들아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느냐
열한 번째 이야기수거함-석 달만 도와줘
열두 번째 이야기수거함-지니 상자
열세 번째 이야기수거함-물푸레나무
열네 번째 이야기수거함-에메랄드 성의 비밀
열다섯 번째 이야기수거함-마마
열여섯 번째 이야기수거함-첫 키스
에필로그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심사평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당선 소감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머릿말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당선 소감 - 유영민


담임선생님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내가 사 보던 월간 학습지에는 학생들의 창작시가 실리곤 했다. 평소 그 시들을 유심히 읽던 어머니는 어느 날 내게 말했다. “너도 한번 시를 써서 보내 보려무나.” 나는 뚱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웬 시? 나는 시가 뭔지도 몰랐고, 또한 쓰기도 싫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끊임없는 권유에 못 이겨 결국 시를 한 편 써서 학습지 출판사에 보냈다. 그리고 그 시는 당선작으로 뽑혔다. 아직도 기억난다. ‘시골길’이라는 제목.
그러나 고백하자면, 그 시는 내가 쓴 게 아니었다. 내 시를 읽은 어머니는 ‘여기는 이렇게 고치는 게 좋겠다, 저기는 이렇게 고치는 게 좋겠다’고 계속 조언했고, 그렇게 고친 시는 종내 ‘내 시’가 아닌 ‘어머니의 시’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심사위원님들도 그런사정을 눈치채신 것 같았다. 이 시는 옆에서 어른이 도와준 것 같다는 심사평.
어떻게 소문이 퍼졌는지, 담임선생님까지 내 시(정확히는 어머니의 시)가 학습지에 실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담임선생님은 내게 학습지를 보여달라고 했다. “영민이가 쓴 시를 꼭 읽어보고 싶구나.” 어린 마음에도 부끄러움을 알았을까. 나는 이 핑계 저 핑계로
끝내 담임선생님에게 시를 보여드리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로부터 몇십 년이 흐른 시점, 또다시 내 글이 뽑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기쁘기보다는 마음 한쪽이 복잡했던 이유에는 초등학교 때의 기억도 한몫 자리하고 있는 걸까. 만약 담임선생님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 책을 건네드리고 싶다.




책속에서

우리 집에서 네 블록 떨어진 동네에 구제 의류숍 ‘마녀’s House’가 있다. 그곳 사장님은 다소 무게가 나가는 몸매의 삼십 대 언니다. 우람한 몸에 어울리는 다혈질 성격의 언니는 나를 부르는 호칭이 기분에 따라 단계별로 달라진다. 평소에는 그냥 ‘도로시’, 짜증이 났을 때는 ‘또로시’, 머리 뚜껑이 완전히 열렸을 때는 ‘또라이’라고 부른다.
언니와 나는 호주 이민 카페에서 처음 만나 친해지게 되었다(언니를 알게 된 곳이 인터넷 카페라서 그런지 오프로 만날 때도 나는 카페 닉네임인 마녀님으로 부른다). 마녀님은 광활한 자연환경에 대한 동경으로 이민을 고려하고 있었고, 나는 자살 대신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이민이었다. 나의 지금 소원은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호주로 고고싱하는 것이다. 눈치 빠른 사람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내가 의류수거함을 터는 것도 이민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다. 그와 같은 이유로 나는 내 방 책상 위에 호주의 근사한 풍경 사진을 붙여놓았는데, 매일 그 사진을 들여다보자 신기하게도 호주란 곳이 오래전 내가 쫓겨나야 했던 낙원, 혹은 언젠가 반드시 꼭 돌아가야 할 고향처럼 애틋하게 여겨지는 것이었다.
나에게서 의류수거함 털이에 대한 계획을 들은 마녀님은 대범하고 깡다구가 센 줄은 알았지만 그런 생각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만약 헌옷을 가져온다면 자신이 판매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본문27~28쪽)

전날 밤 의류수거함에서 발견한 꿈 상자와 일기장이었다. 어떻게 처리할까 궁리하다가 그냥 집으로 가져왔던 것이다.
“정말 저걸 어쩌지? 그냥 버릴 수도 없고.”
의자에서 일어난 나는 꿈 상자와 일기장이 놓인 곳으로 다가갔다.
“주인을 찾으려면 읽어보는 수밖에 없는데…….”
나는 한참을 주저하다가 일기장의 첫 장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얼마 뒤 한 가지 사실을 알아챘다. 일기장의 주인 이름과 꿈 상자의 윗면에 적힌 이름이 똑같았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쩐지 그 이름 자체가 왠지 내게 낯익었다.
‘이 이름을 어디서 봤더라…….’
고민에 빠져 있던 나는 문득 의류수거함의 번호를 떠올렸다.
195번.
그와 동시에 나는 깨달았다. 저번에 그 의류수거함에서 발견했던 상장에 찍힌 이름과도 똑같다는 것을. 다시 말해 상장과 일기장, 꿈 상자는 동일인의 것일 확률이 매우 컸다. 나는 무심코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그 의류수거함에서 이것들 말고 다른 특이한 물건이 나온 적 있었던가. 그러자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혹시 사진첩도?’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같은 의류수거함이므로 동일인일 확률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만약 그 모든 게 한 사람이 버린 거라고 가정한다면…….’
나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러니까 내가 그때껏 발견한 것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역사’를 이루는 것들이었다. 살아온 삶이 자연스레 녹아 있는 물건이 사진첩이고, 상장이고, 일기장이 아닌가. 나는 자연스런 귀결로 이렇게 생각을 이어갔다. 왜 이런 짓을 하는가. 이렇게 삶의 흔적들을 하나씩 폐기하고는 어떻게 할 작정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본문 91~92)

“연극에서 어떤 점이 가장 매력 있어요?”
마마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잠시 생각에 잠긴 뒤에 입을 열었다.
“어떤 일을 하든 목적은 같아. 나 자신이 누군지 찾아가는 것. 아니, 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연기를 하는 것이 즐거워. 그 즐거움 속에서 내 자신을 발견하고 있지. 흔히 고통과 불행 속에서 자아를 발견한다고 하지만, 즐거움과 행복 속에서도 얼마든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 어쩌면 더욱 많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동안 살아오며 내가 누군지 전혀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아요.”
마마는 큰 웃음을 터트렸다.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것. 그건 곧 자신에 대한 이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걸 해내는 게 쉽지는 않아. 이해는 밀착된 상태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적당히 떨어져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점을 말하자면 ‘거리감’이야. 연기를 예로 들면, 나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의외로 굉장히 쉬워. 거리감을 둘 수 있으니까 인물을 쉽게 형상화할 수 있는 거지. 그런 반면 내 자신을 캐릭터로 표현한다고 하면…… 그건 아무리 연기 고수라 할지라도 쉽지 않아. 거리감을 두기 힘들기 때문이지. 자기 자신을 어느 정도의 연민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없거든.”
마마가 한 말을 천천히 음미하다가 나는 물었다.
“어떻게 해야 연기를 잘하죠?”
“나는 관찰이라고 생각해. 인간에 대한 관찰. 그러나 타인을 관찰하기에 앞서 먼저 자기 자신을 관찰해봐야 해. 하지만 그게 또 쉬운 게 아니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거,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야. 아름답지 못한 면도 직시해야 하거든.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건 말이야. 관찰하고 응시하는 힘, 그건 애정이란 사실이야. 자신에 대한 애정.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애정.”
평소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깊게 들어가자 조금 어지러워졌다. (본문 103~104쪽)

“의류수거함의 의미는 뭘까?”
(…)
“나눔이지. 나누는 마음. 누군가에게 필요 없다고 여겨져 버려진 것들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주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 현재는 어떤 식으로 변질되었든 간에 의류수거함을 만든 초기 목적은 분명 서로의 것을 나누는 것에 있었을 거야.” (본문 161쪽)

“자존감이 없기는 나도 마찬가지야. 그 대신 자존심이 자리하고 있지.”
“그것들의 차이가 뭐지? 비슷한 거 아닌가?”
“그렇지 않아. 굳이 설명하자면, 자존감은 포용이란 토양에서 자라나고 자존심은 경쟁이란 토양에서 자라나지. 자존감이 이타심이란 열매를 맺는 반면, 자존심은 이기심이란 열매를 맺어.”
나는 195가 너무나 쉽고 간단한 설명으로 나를 이해시켜준 데에 크게 감탄했다. 잠시 뒤 195는 중얼거리듯 덧붙여 말했다.
“만약, 내게 자존감이란 게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애초에 자살을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야…….” (본문 218~219쪽)



출판사 서평

청소년 베스트셀러 『시간을 파는 상점』의 뒤를 이은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시간을 파는 상점』 이상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작품!
외로움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치유의 힘’

작품 소개

흥미로운 소재 · 탄탄한 구성 · 안정된 문장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독자들의 체온을 따뜻하게 한다!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시간을 파는 상점』의 바통을 이어받은 작품이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최근 청소년 분야 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이어 스터디셀러로 자리매김하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제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에서는 그에 버금가는 작품을 선정하지 못해 수상작이 없었는데,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시간을 파는 상점』이상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며 제3회 수상작이 되었다.
『오즈의 의류 수거함』은 작가의 뛰어난 안정된 문장과 창작력,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굉장하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보통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낮의 세계가 중심이 되는데, 밤의 세계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또한 독특하다. 인물들이 학교에 갇혀 있지 않고, 더구나 밤에 만나는 인물들 한 명 한 명 캐릭터의 성격을 살아 생동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은 탁월하다. 세상이 잠든 사이 주인공 도로시가 의류수거함에서 끄집어내는 것은 옷뿐만이 아니다. 강아지 토토를 발견하기도 하고, 자살을 준비하는 남자애의 버려진 일기장, 앨범을 주워 찾아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노숙자인 숙자씨, 새터민 카스 삼촌, 아들을 잃은 마마, 그리고 마녀 등의 인물은 상처와 외로움의 시간을 통과하며 얻은 포용력과 이해심으로 독자들을 재미있고 훈훈한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에피소드 하나가 힘을 잃으면 곧장 다른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도록 하여 여러 소재를 누비고 다녀도 전체의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구성되었다. ‘의류수거함’ 같은 의미 거점을 확보해 두고 글을 쓰는 입장에서 이야깃거리가 궁하지 않게 열린 구조에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한결같이 잘 풀어내어 호평을 얻었다.


줄거리

주인공 도로시는 외고 시험에 불합격하고 부모님의 학업에 대한 압박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자살까지도 생각했던 여학생. 어느날 도로시에게 동네의 의류수거함이 눈에 띈다. 도로시는 매일 밤마다 의류 수거함 속의 헌옷을 빼내어 의류 수선집을 하는 마녀에게 팔아넘긴다. 밤의 세계에 나다니던 도로시는 노숙하고 있는 ‘숙자’씨를 만나 친구가 되고, 자신처럼 의류수거함에서 헌옷을 도둑질하는 새터민 카스 삼촌과도 친구가 된다. 수선집 마녀는 도로시와 숙자씨, 카스 삼촌에게 불우 청소년을 도와주는 식당주인 마마를 소개시켜 준다.
도로시는 의류수거함에서 자살을 준비하고 있는 또래의 남자(의류수거함 195번호를 따서 195라고 부른다)가 버린 일기장, 앨범 등을 발견하고 멤버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도로시는 용기를 내어 195를 만나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성공리에 프로젝트를 마치려는 이들의 이야기는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숙자 씨, 카스 삼촌, 마마, 마녀, 195 등은 자신들의 상처를 드러내고 서로 보듬어준다. 외롭고 슬픈 소외된 사람들이 연대하여 치유해 나가면서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