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보

흑인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흑인 문제를 넓은 스펙트럼으로 다룬 토니 모리슨이 특히 "노예 여성"에 초점을 맞추어 모성애마저 박탈한 노예제의 참상을 묘사한다. 노예 신분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아이를 죽인 도망노예 세서가 잊고 싶은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슬픔과 분노를 수용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의식을 따라가는 독특한 서사 기법과 시적 언어로 그려낸다. 퓰리처상, 미국도서상, 로버트 F. 케네디 상 등을 수상했다.


출판사서평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는
토니 모리슨 문학의 최고 걸작!


흑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살아 있는 미국문학의 대모,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 『빌러비드』가 새로운 번역으로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1987년 출간 당시 퓰리처상, 미국도서상, 로버트 F. 케네디 상 등 미국소설에 주어지는 거의 모든 명예를 얻은 『빌러비드』는 21세기에 들어서며 20세기 미국문학의 정전으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뉴욕 타임스>에서 작가, 비평가, 편집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1980년 이후 최고의 미국소설’ 1위에 선정되었고, 2008년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조사한 ‘하버드대 학생이 가장 많이 구입한 책’에서는 2위에 꼽혔다(1위는 『1984』).
미국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흑인문제를 노예제에서부터 현대의 인종차별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다룬 토니 모리슨은 『빌러비드』에서는 특히 ‘여성 노예’에 초점을 맞추었다. 노예라는 운명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딸을 죽인 흑인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흑인들의 참혹한 역사를 재조명하는 한편, 박탈당한 모성애를 되찾은 도망노예의 과격하고 뒤틀린 사랑과 그로 인한 자기 파괴를 이야기한다.
새로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는 『빌러비드』에는 토니 모리슨이 2004년에 쓴 작가의 말을 수록하여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시적 언어를 통해
미국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_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토니 모리슨은 다섯번째 작품인 『빌러비드』를 포함하여 데뷔작 『가장 푸른 눈』에서부터 『술라』 『솔로몬의 노래』 『자비』와 최근작인 『고향』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흑인들의 집단적 기억과 경험을 기록하고 문학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미국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는 핵심인 흑인문제를 다루는 그녀의 방식은 백인 가해자를 고발하고 참상을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흑인들의 주체적 관점을 되찾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녀의 문학세계를 관통하는 주제는 ‘흑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으로, 흑인 스스로 백인 중심적인 가치관을 버리고 흑인 공동체의 결속을 통해 그들만의 개성적인 자아를 회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빌러비드』는 토니 모리슨이 특히 ‘흑인 여성 노예’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시대적으로도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남북전쟁 직후의 재건기로 거슬러올라간다. 노예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그들은 여성이고 어머니이기 때문에 성적 억압과 모성애의 박탈까지 삼중의 폭력을 겪어야 했다. 결혼은 불가능했고, 자식은 낳아야 했지만 부모가 될 수는 없었다. 제목인 ‘빌러비드’는 ‘사랑받은 자’를 뜻하는 말로, 주인공이 죽은 딸의 묘비에 새겨준 글자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사랑받지 못한 흑인 여성들을 애도하는 뜻이 담겨 있다.

차마 기억할 수 없고 잊을 수도 없는 과거
그 치유의 블루스


1856년 1월, 켄터키 주의 한 여성 노예가 임신한 몸으로 네 명의 자식을 데리고 오하이오 강을 건너 신시내티로 도망쳤다. 우여곡절 끝에 친척의 집에 몸을 숨겼지만, 뒤따라온 노예 사냥꾼과 보안관의 추격에 끝내 붙잡힐 위기에 처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식을 노예로 살게 하느니 차라리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결심한 후, 두 살배기 딸의 목을 베었다.
『빌러비드』의 부분적인 줄거리이기도 한 이 실제 사건은 노예제의 비인간성을 방증하는 사례로 노예제 폐지 운동의 역사에 남은 실화다. 토니 모리슨은 이를 『빌러비드』의 모티프로 차용하면서, 어머니가 영아를 살해하게까지 한 노예 경험을 독자의 피부에 와 닿게 묘사한다.
사건 이후 십팔 년이 지나고, 제 손으로 딸을 죽인 여인 세서가 사는 124번지는 죽은 아기의 원혼으로 가득차 있다. 과거는 최대한 덮어둔 채, 세서는 유령의 장난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처녀의 육신을 입은 죽은 아기 ‘빌러비드’가 돌아온다. 빌러비드는 세서에게 과거를 묻고, 이야기해달라고 조르고, 상기시킨다. 세서는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빌러비드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그렇게 해서 마침내 과거에서 벗어난다. 너무 부어서 감각이 없는 발을 주물러 살려낼 때처럼 아프지만, 차마 기억할 수 없고 잊을 수도 없는 과거를 ‘재기억’함으로써 그 상흔을 치유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출몰하는 우리의 과거, 그리고 그녀의 과거가 되길 바랐습니다. 과거, 유령처럼 불쑥불쑥 찾아오는 과거 말이죠. 기억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는 법입니다. 그것과 정면으로 부딪쳐 돌파해나가기 전까지는.,/i>
_토니 모리슨, <뉴욕 타임스> 인터뷰 중에서

『빌러비드』는 소설 전체가 여러 인물의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이루어진 집합체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잊히지도 않는 과거는 그들의 내면을 파편화시켰고, 파편화된 내면은 분절적인 이미지와 그 근처를 맴돌며 반복되는 말과 어구로 나타난다. 인물들이 용기를 내어 조금씩 더 꺼내놓는 과거의 기억은 되풀이되고 확장되면서 하나의 퍼즐을 완성시킨다. 이처럼 독창적인 서사 기법과 소설의 주제의식에 맞물리는 유려한 짜임 덕분에 『빌러비드』는 “파편적인 이미지를 모으고 용접하여 아름다운 전체로 만든 소설”(문학평론가 수전 바워즈)로 읽힌다.

자신과, 사랑하는 대상마저 파괴하는
지나친 사랑


『빌러비드』는 『재즈』 『파라다이스』와 함께 토니 모리슨 삼부작에 속한다. 시리즈의 이름은 지어지지 않았지만 세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는 각각 자식, 배우자, 신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다. 노예제라는 비정상적인 제도하에서 모성애를 박탈당했던 세서는 자유의 몸이 되자 전보다 더 자식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은 과격하고 뒤틀린 모습으로 나타나 결국 그녀가 사랑한 대상과 그녀 자신을 파괴한다.
타인을 향한 지나친 사랑은 세서와 덴버, 빌러비드, 세 여자의 독백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서로를 ‘내 거’라고 주장하면서 세 사람은 급격히 자신의 모습과 정체성을 잃어간다. 그렇게 서로를 잠식해가서 모두가 자멸할 위기에 놓였을 때, 덴버는 “네 몸부터 잘 챙겨, 덴버”라는 어릴 적 친구의 말을 듣고 갇혀 있던 세상 밖으로 나가 흑인 공동체에 편입되고, 공동체의 도움으로 빌러비드는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세서가 자신을 되찾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폴 디의 “당신이 당신의 보배야, 세서”라는 말이다. 제목의 ‘빌러비드Beloved’가 ‘사랑하는’이 아니라 ‘사랑받는’을 의미하는 수동태로 쓰인 것 또한 역설적으로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자가 되기보다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저자 및 역자 정보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1931년 미국 오하이오 주 로레인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독서광이었고, 흑인과 백인이 함께 다니는 통합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반에서 유일한 흑인 학생이자 유일하게 글을 읽을 수 있는 학생이었다. 라틴어를 수학하고 플로베르와 톨스토이를 탐독하며 학창 시절을 보낸 뒤 하워드 대학교에 입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했다. 인종차별이 거의 없는 동네에서 성장한 까닭에 인종문제를 인식하지 못했으나 대학교 연극단에서 남부 지역으로 순회공연을 다니면서 흑인들의 실상을 깨닫게 되었다. 코넬 대학교에서 윌리엄 포크너와 버지니아 울프를 연구하여 석사학위를 받고, 졸업 후 여러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다.
1964년 랜덤하우스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70년 『가장 푸른 눈』으로 데뷔했고 1973년 출간한 두번째 소설 『술라』가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르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후 『솔로몬의 노래』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라 예술적, 대중적으로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1987년 발표한 대표작 『빌러비드』에서는 노예라는 운명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딸을 죽인 흑인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노예제의 참상을 시적인 언어와 환상적인 서술 기법으로 풀어냈다.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 미국도서상, 로버트 F. 케네디 상 등을 연이어 수상했다. 이후 장편소설 『재즈』 『파라다이스』 등을 발표했고, 1993년 흑인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2006년 프린스턴 대학교의 교수직에서 퇴임한 후 집필 활동에 매진하여 아홉번째 소설 『자비』, 희곡 『데스데모나』, 한국전쟁에 참전한 퇴역군인이 주인공인 소설 『고향』을 잇따라 발표했다. 현재 주간지 『네이션』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이 최인자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고 비교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었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초빙 교수로 재직중이다. 옮긴 책으로 『재즈』 『오페라의 유령』 『세계 속의 길』 『수도원의 비망록』 『기쁨의 집』 『마지막 잎새』 『톰 소여의 모험』, "해리포터" 시리즈,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