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시간의 양면성을 재미있게 엮어낸 소설, 그 마법 같은 비밀은…

2011년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응모작 중 단연 돋보임으로써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정된 작품. 당선작은 우리나라 청소년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이 작품은 흐르는 시간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다분히 철학적이고 관념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놀랍도록 편안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추리소설 기법을 살짝 빌려다가 끊임없이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는데, 그 흐름이 참으로 자연스럽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은 물론이거니와 펼쳐지는 문장과 어휘의 선택은 청소년 독자에 대한 배려,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사유와 책임감이 느껴진다.

주인공 온조는 인터넷 카페에 ‘크로노스’라는 닉네임을 달고 ‘시간을 파는 상점’ 을 오픈한다. 고대의 신 크로노스는 턱수염을 다보록하게 달고 있는 노인이다. 등에는 커다란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있지만 아버지 우라노스의 성기를 하르페로 거세하고, 제 능력보다 뛰어난 아들이 태어난다는 말에 레아가 낳은 자신의 핏덩이를 심장부터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신이다. 시간의 경계를 나누고 관장하는 크로노스야말로 온조가 생각했던 물질과 환치될 수 있는 진정한 시간의 신이었다. 시간을 분초 단위로 조각내어 철저하게 계산된 시간 운용은 반드시 생산적인 결과물을 낳아야 하는 이 시대에 딱 맞는 신이었다. 훌륭한 소방대원이었지만 젊은 나이에 죽은 아빠의 못다 이룬 뜻을 이어받은 온조는 손님들의 의뢰를 해결해주는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 크로노스가 되는데.....

『시간을 파는 상점』은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큰 의미가 있어 눈에 띄는 작품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하지 못하는 것, 그런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되새김질한 다음 자기만의 색깔을 입힌 훌륭함에 심사위원들은 우리 청소년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릴 디딤돌이라고 평했다.

김선영

김선영
1966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까지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자연 속에서 사는 행운을 누렸다. 그 후 청주에서 지금껏 살고 있다. 학창 시절 소설 읽기를 가장 재미있는 문화 활동으로 여겼다. 막연히 소설 쓰기와 같은 재미난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십대와 이십대를 보냈다. 2004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밀례」로 등단했으며, 2011년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경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고 힘을 받는 소설을 쓰고 싶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밀례』, 장편소설 『특별한 배달』 『미치도록 가렵다』 『열흘간의 낯선 바람』 『내일은 내일에게』 등이 있다.

시간을 파는 상점

첫 번째 의뢰인, 그놈
축 개업, 시간을 파는 상점
잘린 도마뱀 꼬리
크로노스 대 카이로스
지구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
어머니를 냉동실에 넣어주세요
천국의 우편배달부
자작나무에 부는 바람
가네샤의 제의
불곰과 살구꽃
일 년 전에 멈춘 시계
망탑봉 꼭대기에서 뿌려주세요
시간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바람의 언덕
미래의 시간에 맡겨두고 싶은 일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심사평 : 이상권, 박경장, 박권일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당선 소감 : 김선영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 이상권, 김선영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당선 소감 내 몸에 딱 맞는 옷, 청소년 소설 - 김선영 소설로 등단을 했다. 그것은 방황의 시작이었다. 소설집을 내고도 방황은 이어졌다. 소설이 과연 내게 맞는 옷인가, 때때로 물었다. 소설을 쓸 때 즐겁다기보다는 버겁다는 생각을 했다. 그지없이 넓은 들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무변광야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면 될 것 같았지만 막상 그 앞에 섰을 때의 막막함이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 그때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 청소년 소설이다. 품이 딱 맞는 옷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는 이 옷이 작다며 갑갑해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지금처럼 과감히 더 큰 옷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몸에 딱 맞는 이 옷을 입고 마음껏 놀아보리라 생각한다. 가파른 산도 오르고 파도치는 바닷가도 거닐고 고요한 호수도 걸으며 이 옷이 질릴 때까지 입어보리라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시작할 때 스스로에게 몇 가지 주문을 넣었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청소년 소설과 다르게 쓰자.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아보다는 나름의 자기 빛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아이가 주인공이 되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 철학을 녹여 넣어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이러한 나의 고집이 세상과 통할 수 있는 카드가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내가 입은 그 옷이 참 잘 어울린다며 추임새를 넣어주고, 나의 고집을 읽어주신 심사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크로노스 : 손님이 의뢰하신 이 일은 사실 제겐 첫 번째 일입니다. 이렇게 난감한 일이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 상점이 이렇게 불온한 일에 쓰인다면 전 카페를 폐쇄하겠습니다. 제 의도는 카페 대문에도 밝혀놓았듯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제가 그 일을 함으로써 저에게도 금전적인 도움은 물론 정신적 보람까지 얻고자 한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온전히 성립되지 않는다면 저는 절대 행동하지 않을 겁니다. ---p.10 네곁에: 이 일을 빨리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걸 알고 있는 제가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더군요.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짝의 마지막 모습이 눈앞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두 번 다시 그 아득한 절망감과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어요. 문제의 PMP를 제 손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아, ‘네가 하지 이걸 왜 굳이 나한테 시키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그렇지요. 제가 할 수 있다면 했겠지요. 위에도 썼듯이 반 분위기는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겨놓은 것처럼 빈틈을 볼 수 없었고 아이들은 섣불리 말을 꺼내지 않을 뿐 급식 시간에 누가 교실에 있었는지 다 아는 눈치였습니다. 만약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을 실패한다 하더라도 전혀 뜻밖의 상황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크로노스 님이 필요했던 겁니다. 문제의 PMP는 크로노스 님의 사물함에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 되도록 빨리 제가 지정해준 자리에 그 물건을 갖다 놓으면 크로노스 님과 제 거래는 끝납니다. 아, 위험부담 비용을 더 넣었으니 용기 내시길 바랍니다. ---p.15 엄마는 온조를 보며 아빠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하는 성격은 꼭 빼다 박았다고 했다. ---p.28 어느 순간, 시간은 돈이 될 수 있으니 시간을 팔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물리적으로 확 다가왔다. 어느 한곳에 매어 시급을 받는 것보다 일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고 시급도 올려 받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운영하는 오너가 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사갈까? 사람들마다 그들 앞에 놓인 시간의 모습은 그들의 수만큼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만날 시간도 그들의 다변적인 모습만큼 다채로울 것이다. 시간을 판다……. 생각할수록 묘한 끌림이 있었다. ---p.39 온조는 아빠의 영정 사진을 보며 약속했다. 아빠가 바라는 대로 씩씩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겠다고. 아빠의 제상 앞에 서 있는 온조의 손끝에서는 PMP를 제자리에 돌려놓았을 때의 손맛이 짜릿하게 살아났다. 온조는 열 개의 손가락을 옴지락거려 보았다. 미끄러지듯 제자리로 돌아간 PMP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를 선물해주었을 것이다. 온조는 아빠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 움직였다고. 어쩌면 어떤 한 생명을 구했을지도 모른다고. 아빠처럼. ---p.44 ? 지나치게 빠르면 문제가 생긴다……, 아빠도 속도 때문에 사고가 생긴 것이다. 속도광 운전자가 타고 있던 스포츠카가 아니었다면, 아니 그 운전자가 조금이라도 속도를 줄였더라면 아빠는 ?금 온조 곁에 살아 계실지도 모른다. ---p.62 온조가 일 분 일 초의 시간을 조각내어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크로노스라면 할아버지는 카이로스였다. 행과 불행을 가르는 기회의 신으로 시간 너머, 의미를 관장하는 카이로스.---p.65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같은 공기 속에서 같은 음악을 들으며 마주 보고 밥을 먹는다는 것은 묘한 힘이 작용하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도 밥을 함께 먹는 친구는 따로 있다. 반이 달라도 급식실에서 기필코 한자리에 모여 밥을 먹는다. 인간의 본능 중 행복한 행위를 함께 하고 싶은 욕구, 그게 바로 카이로스의 시간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p.66 시간은 그렇게 안타깝기도 잔인하기도 슬프기도 한 것인가. 삶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지 않은 사람 사이의 전쟁 같기도 했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는 그렇게 애달파 하고, 싫은 사람과는 일 초도 마주 보고 싶지 않은 그 치열함의 무늬가 결국 삶이 아닐까? 작은선생님의 에너지는 시간을 뛰어넘어 죽음도 저만치 미뤄놓는 힘이 있었다. 죽음이 끝이 아니었다. 아빠와의 시간이 죽음을 넘어 지금 온조의 가슴에 오롯이 살아난 것처럼 말이다. ---p.106 크로노스: 그냥 친구가 되면 되는 거지. 그런 걸 의뢰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가네샤밖에 없을 거다. 대체 뭐가 그렇게 힘든 거니? 솔직하게 말하는 게 그렇게 힘드니? ---p.138 불곰에게 시간을 파는 상점을 변호하다 그간 가물가물하게 잡히지 않던 것이 확연해졌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온조가 만든 작은 울타리를 넘어 훨씬 많은 것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다. 온조 개인의 상점이 아닌 우리의 상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상점의 운영 방법은 수정되어야 한다.---p.171 불곰에게 시간을 파는 상점을 변호하다 그간 가물가물하게 잡히지 않던 것이 확연해졌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온조가 만든 작은 울타리를 넘어 훨씬 많은 것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다. 온조 개인의 상점이 아닌 우리의 상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상점의 운영 방법은 수정되어야 한다. 강토에게 의뢰 비용을 되돌려보내자, 마음이 한결 가붓해졌다. 엄마는 돈이 개입되지 않으면 훨씬 더 좋은 경우가 있다고 했다.---p.178 옥상, 장물 사건, 네곁에……. 왠지 불길했다. 네곁에가 보낸 마지막 쪽지가 생각났다.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가 남아 있는 것처럼 찜찜하다는 말이 되살아나 거센 불길로 번졌다. ---p.181 “이 자식이 새벽에 나한테 문자를 보냈어. 죽으러 간다고. 아침 해가 떠오를 때 죽겠다고, 그래야 덜 무서울 것 같다고. 그 문자를 지금 본 거야. 영화 보러 가려고 막 나오려던 참에.” ---p.184 장물 사건 이후로 나도 무척 힘들었어. 그 아이는 PMP를 제자리에 돌려놓은 사람이 나라고 생각해. 그 아이가 훔칠 때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나였고 그 사실을 알고도 발설하지 않았으며 그다음 바로 훔친 물건이 다시 없어졌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 나도 자기와 다를 게 없다는 식으로 말하더라. PMP가 돌아온 날, 학교가 시끄러웠잖아. 그 아이가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하는 거야. 주객이 전도된 꼴이 되었지. 오히려 내가 그 아이한테 사정하는 꼴이 되었다니깐. 일이 복잡하게 될 것 같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자칫하다간 나는 물론 너까지 문제될 게 뻔하잖아. 하루만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자는 말로 유예를 시켰지. 그날, 그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 너만 조용히 있으면 넘어갈 일인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거야. 누군가 목을 조여오는 것 같아 차라리 죽고 싶다는 거야. 그러면 애초에 왜 그랬냐고 했더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는 거야. 불안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더 자극적인 일을 찾게 되는데 그게 바로 남의 물건에 손대는 일이었어. 물건을 훔칠 때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일종의 쾌감 같은 것만 남게 된다나? 그 순간 극도의 긴장감이 다른 심리적 불안감을 잊게 해준다는 거지. 고쳐보려고 여기저기 자료도 찾아보고 상담도 해본 모양인데 죽기 전에는 고칠 수 없는 병이라며 절망감에 빠져 있더라.---pp.191-192 앞으로 우리가 살 수 있는 날은 3만 일도 채 되지 않는다. 삶 전체를 24시간으로 본다면 우린 지금 몇 시쯤 됐을까? 아마도 새벽 다섯 시? 혼자가 아니다.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봐라, 거기 하늘만은 너와 함께 있다. 희망은 도처에 널려 있다. 발길에 차이는 희망, 그것은 기꺼이 허리 숙여 줍는 자의 것이다. 네 절정은 지금이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이 너의 절정이다. ---pp.203-204 그 아이는 우리와 함께 돌아오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새로 나온 발톱이 더 튼튼해지면 그때 돌아가겠다고 했다. 누구도 그 말에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정이현은 그 아이를 꽉 껴안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둘은 엉겨 붙어 있었다. 온조와 난훁는 그 아이와 악수를 한 후 헤어졌다. 악수할 때 그 아이는 고맙다고 했다.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p.213 아주 천 천 히. 먼 데서 숨 가쁘게 달려온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든 후 온조의 두 볼을 쓰다듬고 머리칼을 올올이 날렸다. 이 바람은 또 어딘가로 내달릴 것이고 그 자리에는 난생처음 맛보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시간이 늘 처음인 것처럼.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청소년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릴 디딤돌!
시간의 양면성을 재미있게 엮어낸 소설, 그 마법 같은 비밀은…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김선영 작가의 『시간을 파는 상점』은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의 열다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지난해(2011년 연말)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응모작 중 단연 돋보임으로써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정된 작품이다. 당선작은 우리나라 청소년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이 작품은 흐르는 시간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다분히 철학적이고 관념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놀랍도록 편안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추리소설 기법을 살짝 빌려다가 끊임없이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는데, 그 흐름이 참으로 자연스럽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은 물론이거니와 펼쳐지는 문장과 어휘의 선택은 청소년 독자에 대한 배려,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사유와 책임감이 느껴진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큰 의미가 있어 눈에 띄는 작품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하지 못하는 것, 그런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되새김질한 다음 자기만의 색깔을 입힌 훌륭함에 심사위원들은 우리 청소년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릴 디딤돌이라고 평했다.

스스로 시간을 놓지 않는다면
절망의 시간은 희망을 속삭이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작가 김선영은 『들뢰즈, 유동의 철학』이라는 책을 통해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와 현재의 상호 침투와 상호 연쇄, 우리가 보낸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사유할 때, 때마침 신문에서 예쁜 중국 여자의 사진과 함께 ‘제 시간을 팝니다’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또한 그때 한 아이의 죽음을 전해 듣게 되었다.

“제 아들과 같은 또래였죠. 야자가 끝날 무렵 도난 사건이 있었는데, 범인으로 지목된 아이에게 선생님은 ‘내일 보자’라는 말로 시간을 유예시켰던 모양입니다. 그 아이는 밤사이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 날 스스로 죽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들한테 그 말을 전해 듣는 순간 냉장고 앞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그 시간이 견디기 힘들었을까요. 결국 앞에 놓인 또는 더 멀리 놓일 시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꽃다운 아이들이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그렇게 허망하게 목숨을 버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제발 죽지 마라, 외치고 있었습니다. 다시 제가 생각하고 있던 ‘시간’과 교차되는 느낌이 들었고, 그 사건은 강력한 실타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이야기는 구성되었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여 4개월 정도 걸린 듯합니다. 쓰는 동안 등장인물들이 살아 나와 저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연대하여 절망을 희망으로 바꿨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