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기 빵 셔틀 사건의 진실은?
허를 찌르는 유머와 날카로운 추리 속에 펼쳐지는 ‘리얼 중딩 라이프’


평화중학교 2학년 4반 박용기가 학교 앞 편의점에 다녀오다 교통사고가 났다. 이 교통사고의 또 다른 이름은 ‘빵 셔틀’. 누가 박용기를 위험한 빵 셔틀로 내몰았을까? 담임 말에 따르면 범인은 모두 셋. 둘은 확실한데 한 명은 아리송하다. 박용기가 입원하고 없는 일주일 동안 교실은 온통 이 ‘제3의 아이’를 찾느라 뒤숭숭한데, 그 와중에 용기에게 미안했던 일들이 하나씩 떠올라 아이들의 가슴을 콕콕 찌른다. 혹시 제3의 아이가 나?

탁월한 유머감각과 치밀한 추리 기법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정은숙 작가의 신작 『용기 없는 일주일』이 ‘창비청소년문학’ 67권으로 출간되었다. 학교 폭력의 대표적 이슈인 ‘왕따’와 ‘빵 셔틀’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며 중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친근하면서도 생생하게 담아냈다. 성적 지상주의, 사교육, 집단 따돌림 등 당면한 학교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스스로 균형을 찾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힘을 긍정하고 응원하는 작품이다.

저자 : 정은숙(鄭恩淑)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동화「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이 싸운다면」으로 제4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07년 동화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으로 제1회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정글북 사건의 재구성』, 청소년소설집 『정범기 추락 사건』, 동화 『명탐견 오드리』,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 등이 있다.

석탑이 어떻게 처음 학교에 나타났는지, 그 기원설은 대략 두 가지로 나뉘었다. 넓은 전원주택에 살던 이사장이 한강변 아파트로 집을 옮기면서 정원에 있던 삼층 석탑을 학교에 처박아 놓은 것이라는 처치 곤란설과, 개인 사유지였던 곳에 평화중을 지으면서 원래 있던 석탑을 옮기려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포클레인과 지게차를 동원해도 꿈쩍하지 않아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다는 요지부동설이 그것이었다.막연하게나마 제3의 아이가 남자아이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젠 누가 후보가 돼도 이상하지 않았다. 모두 진흙탕 속에 한 발씩은 담근 채로 두 발 담근 아이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다.

누가 박용기를 ‘빵 셔틀’로 내몰았나?
범인보다 먼저 나타나는, 가슴 따끔한 비밀들!


“딱 일주일을 주겠다. 자수해라.”

교통사고 다음 날, 담임 선생님은 박용기를 괴롭힌 아이 세 명이 함께 잘못을 고백하면 이번 사건을 학교폭력위원회에 넘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확실한 두 명 말고, 나머지 한 명은 대체 누구일까? 윤보미, 허치승, 김재빈은 다른 아이들 몰래 탐문 조사를 시작했다.

세 아이가 조사에 뛰어든 이유는 제각각 다르다. 윤보미는 박용기의 마지막 전화를 거절했었다. 교통사고가 나기 직전에 박용기가 두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귀찮은 데다 ‘얽혀서 좋을 리 없는’ 친구라서 두 번 모두 받지 않았다. 그 일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 보미는 조사에 앞장선다.

허치승은 사실 가장 확실한 ‘제1의 아이’다. 학년 짱으로, ‘넘버 투’인 오재열과 함께 박용기를 괴롭히는 일을 주도했다. 그 사실을 모두가 아는 상황이라 내키지는 않지만, 얼른 자수하고 사건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 조사를 돕기로 한다.

김재빈은 좀 억울한 경우다. 박용기와 부딪힌 적도 없는데, 학교 게시판 ‘와글와글’에 김재빈이 왕따의 주범이라는 글이 뜨는 바람에 졸지에 의심받는 처지에 놓였다. 학급 회장이라서 덤터기를 쓴 걸까? 이유가 무엇이든 누명을 벗으려면 제3의 아이를 빨리 찾아야 한다.

소설은 세 아이의 시점이 끊임없이 번갈아 가며 전개된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혹은 방관자나 관찰자의 입장에서 사건이 재구성되면서 아이들의 미묘한 심리와 복잡한 사정들이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게다가 사건의 실마리가 생각처럼 쉽사리 잡히지 않는다. 탐문을 시작할 때만 해도 간단히 끝날 줄 알았는데, 조사를 할수록 의혹이 풀리기는커녕 새로운 의혹이 더해져만 간다. 의외의 인물들이 계속해서 ‘제3의 아이’ 후보에 오르는 것. 알바비를 주고 자기 숙제를 용기에게 시킨 송지만, 욕이 담긴 문자를 용기에게 전송한 조수진, 게임비를 ‘빌린’ 이영찬…… 조사할수록 친구들의 새로운 면모가 보이고, 꽤 많은 아이가 알게 모르게 박용기를 괴롭히는 일에 동참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거기다 상상도 못했던 박용기의 여자 친구가 언급되고, 학교 수위 아저씨는 우격다짐으로 자신의 알리바이를 강요하는 등, 사건은 점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만 간다. 과연 세 아이는 무사히 ‘제3의 아이’를 찾아낼 수 있을까?

진실은 보이는 것 너머에 있다

추리 기법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적극 활용함으로써 청소년 문학의 외연을 크게 넓히고 있는 작가답게, 이번 작품도 추리 소설 특유의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정은숙 작가가 더욱 깊이 파고드는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휘말린 아이들의 속마음이다. 교실에서 늘 부대끼며 지내는 사이지만, 아이들끼리 서로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는 많지 않다.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는 잘 드러내지 않는 숨겨진 얼굴, 감추어 놓은 비밀이 있고 그것이 겉으로 나타나는 사건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작가는 왕따와 빵 셔틀이라는 ‘겉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속 이야기’를 끈질기게 탐구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마음속의 두려움과 비겁함, 옹졸함, 간절함 등을 대면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쉽사리 어둡거나 진지한 분위기로 빠지지 않고,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은 『용기 없는 일주일』의 또 다른 매력이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중학생 특유의 유머 감각을 보여 주며, 건강한 명랑함을 잃지 않는다.

유머 감각은 중학생들의 학교생활을 가감 없이 묘사할 때 특히 빛을 발한다. 학교 현실과 중학생들의 일상이 과장이나 미화 없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유머는, 읽는 재미를 주는 동시에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해 준다.

통증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힘

소설 속 탐문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경험과 반성을 통해 아이 스스로 성장하는 힘에 대한 긍정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지만, 그것을 깨닫고 사과하는 과정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한다. 정은숙 작가는 경험이 사람의 내면에 일으키는 작은 파동에 주목한다. 옛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가슴 따끔한 통증은 사람을 더욱 성숙하게 할 수 있음을 작품 전체를 통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