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김재규와 10·26에 대한 제4심
역사의 평가는 이제 시작이다


김재규. 1976년 12월4일부터 1979년 10월26일까지 34개월 동안 대한민국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사람. 그는 1979년 10월26일 대통령 박정희를 저격해 살해하고 1980년 5월24일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박정희의 심장을 쏴버린 박정희의 오른팔. 유신을 허물어 버린 유신의 핵심. ‘계획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엉성하고, 우발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치밀하게’ 일을 저지른 사람. 모순으로 가득한 그의 행동 탓에 그동안 그와 관련해 너무나 많은 구구한 억측과 오해가 뒤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10ㆍ26과 관련한 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김재규와 10ㆍ26에 대해 철저하게 드러난 사실만을 바탕으로 인물과 사건을 재구성한 책은 없었다. 이 책은 강신옥·안동일 등 김재규 변호사들이 34년간 고이 간직해온 자료와 기억, 가족의 증언, 김재규와 운명을 함께 한 박흥주·박선호 등 5명의 충직한 부하들이 남긴 이야기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경기대학교 김재홍 교수가 어렵사리 입수한 『박정희 살해사건 비공개 진술』, 그 외 방대한 자료들의 토대 위에 있다. 이 책은 김재규 변호사들이 검증한 최초의 10·26 정사(正史)라고 할 수 있다.

27년간 텔레비전 다큐멘타리를 써왔으며 등단 소설가이기도 한 저자 문영심은 그녀의 이력에 걸맞게 이 책에서 다큐의 사실성과 소설적 재미를 결합해냈다. 그녀의 책 속에서 김재규와 그의 부하들, 그리고 독재자 박정희와 그를 에워싼 군상들은 인간의 체취를 물씬 풍기며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책을 읽는 내내 역사의 기록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영화나 희곡을 보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작가는 그동안 밥을 벌려고 방송작가로서 일하는 동안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오지 않았다는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