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경남독서한마당 선정도서

청소년 소설『나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모릅니다』는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소년 노동자의 주인공 시점으로 초콜릿 산업의 먹이 사슬 구조를 파헤친다. 세 명의 소년 소녀가 카카오 농장을 탈출해 벌이는 열흘간의 모험 속에 인신매매·강제노동·굶주림· 폭행으로 점철된 현대판 노예의 삶을 그리고, 그들의 삶이 어떻게 지구 반대편 우리의 풍요로운 삶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말이다.

작가는 어린이 청소년 강제 노동의 실태를 생생하게 묘파한다. “울창한 나무와 무성한 수풀이 녹색 바다처럼 끝도 없이 펼쳐진 가운데” 생긴 배달 기사(피스테르)들의 트럭 바퀴 자국을 “황갈색 흉터”로 일컫는 식(11쪽)의 공간 묘사뿐 아니라, 코코아 음료의 아름다운 향취가 구역질이 치미는 고통과 공포의 냄새로 바뀌는(234쪽) 심리 묘사까지도 집요하고 신랄하게 하고 있다.

지금껏 수많은 매체를 통해 초콜릿 산업의 실태를 들어 본 적은 있어도, 그 맨 밑바닥에서 신음하는 어린이 청소년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두의 목소리를 담아 낸 이 소설은, 지금까지 각종 통계 자료 속에서 숫자로만 존재했던 수천 명의 닫힌 입을 대변한다.

어린 시절부터 국제 구호 단체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따라 다니며 제3세계의 현실을 직접 경험한 작가 자신의 유년기가 이 힘 있는 문장의 모체가 아닐까. “절제된 목소리로 현대 사회의 노예 제도를 집중 조명한 수작”이라는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절찬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저자 : 타라 설리번

인도에서 태어났으며, 국제 구호 단체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따라 방글라데시와 에콰도르, 볼리비아, 도미니카 공화국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스페인 문학과 인지 과학을 공부했고, 인디애나 주립 대학교에서 라틴아메리카학과 행정학을 공부하며 각각 석사 학위를 받았다. 첫 소설인 『골든 보이』는 미국청소년도서관협회(YALSA), 커커스 리뷰,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2014년에 미국어린이도서협회(CBC) 주목할 만한 청소년 도서상(사회 부문)을 받았다. 초콜릿 산업의 씁쓸한 먹이 사슬과 어린이와 청소년의 노예 노동 실태를 고발한 『나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모릅니다』는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역자 : 이보미

호주 시드니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회계 법인과 컨설팅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 『정답을 알려 줄게』, 『신비로운 그녀, 아버지의 딸』, 『레몬이 가득한 책장』 등이 있다.

소원은 언제나 이루어지지 않는 법
지독한 벌칙
고통은 슬픔과 똑같다
불길한 생각
마지막 기회
작전 개시
무서운 기억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도착
고통의 냄새
숫자의 의미
작가의 말

우리가 농장에서 피땀 흘려 키워 온 카카오가
잠들지 못하는 도시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다고요?

달콤하고 씁쓸한 코코아의 비밀을 알아 버린 지금,
이것은 더 이상 잠 못 드는 밤을 달래는 감미로운 향기가 아니었다.
돈 한 푼 받지 못한 채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는 고통의 냄새,
아무리 일해도 매질을 피할 수 없는 공포의 냄새였다.

초콜릿에 관한 무서운 진실을 밝히는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 _ 커커스 리뷰
바삭바삭한 문장으로 글로벌 자본주의 시스템을 파헤치다. _ 북리스트
대담한 모험, 스릴 넘치는 묘사! _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절제된 목소리로 현대 사회의 노예 제도를 집중 조명한 수작! _ 퍼블리셔스 위클리

우리에게는 달달한 한 조각의 사치,
그러나 이 소년에게 초콜릿은 끔찍한 공포를 의미할 뿐


주머닛돈으로 즐기는 달달한 한 조각의 사치!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고급 초콜릿 열풍이 불고 있다. 마트 진열장에는 수입산 초콜릿이 가득하고, 길거리에는 세계 3대 초콜릿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상점도 들어선다. 한편 언론에서는 2012년부터 전 세계 카카오 공급량이 초콜릿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러다 초콜릿이 부자들만 먹을 수 있는 특급 간식이 되는 건 아닐까?
“아니, 초콜릿을 부자들만 먹는 세상이라니? 그런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어?!”
누군가는 이렇게 울상을 지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초콜릿은 충분히 불합리한 비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망각한 채…….
청소년 소설『나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모릅니다』는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소년 노동자의 주인공 시점으로 초콜릿 산업의 먹이 사슬 구조를 파헤친다. 세 명의 소년 소녀가 카카오 농장을 탈출해 벌이는 열흘간의 모험 속에 인신매매·강제노동·굶주림· 폭행으로 점철된 현대판 노예의 삶을 그리고, 그들의 삶이 어떻게 지구 반대편 우리의 풍요로운 삶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말이다.
소설의 화자는 말리 출신인 10대 소년 아마두다. 아마두는 2년 전, 동생 세이두와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났다. 부자 나라인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아무 나무에나 금덩이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고 전해지기에, 자신도 그곳에 가서 떼돈을 벌어 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카카오 농장에 사내아이들을 팔아넘기는 브로커에게 속아 하루아침에 노예 신세가 되었다. 묽어 빠진 수프나 설익은 바나나로 해결하는 하루 두 끼 쥐꼬리만 한 식사. 위험천만한 야생의 숲에서 목숨을 걸고 카카오 열매를 따도 저녁이면 굶거나 몽둥이질을 당하기 일쑤다. 밤이면 농장 주인들이 일꾼들을 한 오두막에 몰아넣고 자물쇠를 밖에서 걸어 잠근다.
이것이 1년 365일 반복되는 잔인한 일상이지만 아마두는 여덟 살밖에 되지 않은 동생 세이두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두 사람 몫의 일을 하고, 두 사람분의 매를 맞아 가며 참고 버틴다. 병이 들어서건, 독사에 물려서건, 매를 맞아서건, 죽는 일도 흔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무도 죽음을 기억해 주지 않는다. 또 아무도 탈출에 성공한 적이 없기에, 죽지 않으려면 약삭빠른 노예가 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나는 중요한 것만 센다.
내리치고, 비틀고, 던지고, 확인. 다시 내리치고, 비틀고, 던지고, 확인. 이제 겨우 25개째 열매다. (중략) 수많은 나무를 지나쳐 걷고 또 걸었다. 옹기종기 매달린 카카오 열매가 마치 우리를 비웃는 듯했다. 아직은 우리가 원하는 색깔이 아니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카카오나무를 그냥 지나쳤는지 세지 않는다. 어차피 중요하지 않은 건 세지 않기 때문이다. 설익은 카카오 열매도 세지 않는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두들겨 맞은 횟수도 세지 않는다. 집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난 후 얼마나 많은 날이 흘렀는지도 세지 않는다. 7~9쪽

작가는 어린이 청소년 강제 노동의 실태를 생생하게 묘파한다. “울창한 나무와 무성한 수풀이 녹색 바다처럼 끝도 없이 펼쳐진 가운데” 생긴 배달 기사(피스테르)들의 트럭 바퀴 자국을 “황갈색 흉터”로 일컫는 식(11쪽)의 공간 묘사뿐 아니라, 코코아 음료의 아름다운 향취가 구역질이 치미는 고통과 공포의 냄새로 바뀌는(234쪽) 심리 묘사까지도 집요하고 신랄하게 하고 있다.
지금껏 수많은 매체를 통해 초콜릿 산업의 실태를 들어 본 적은 있어도, 그 맨 밑바닥에서 신음하는 어린이 청소년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두의 목소리를 담아 낸 이 소설은, 지금까지 각종 통계 자료 속에서 숫자로만 존재했던 수천 명의 닫힌 입을 대변한다. 어린 시절부터 국제 구호 단체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따라 다니며 제3세계의 현실을 직접 경험한 작가 자신의 유년기가 이 힘 있는 문장의 모체가 아닐까. “절제된 목소리로 현대 사회의 노예 제도를 집중 조명한 수작”이라는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절찬은 이를 잘 보여준다.


초콜릿 산업의 거대한 먹이 사슬을 뒤따라가 본 열흘간의 담대한 모험,
그리고 그 끝에 도사린 뼈아픈 진실


어느 날, 남자뿐인 농장에 살쾡이 같은 여자아이(하디자)가 끌려온다. 야생 동물처럼 포악한 행동거지가 농장 주인들도 꺼림칙하게 여길 정도인데, 결국 첫날부터 탈출 소동을 벌인다. 이 사건에 휘말린 동생(세이두)을 감싸기 위해 나섰던 아마두는 틈날 때마다 도망을 쳤다 잡혀 오는 여자아이와 함께 벌도 받고 감시까지 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더 이상 세이두를 가까이에서 돌볼 수 없게 된다.
하루는 아마두 없이 혼자 일을 하러 나갔던 세이두가 피범벅이 되어 돌아온다. 작업 도중 팔에 칼을 맞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틀이 지나도록 열이 내리지 않자 농장 주인이 직접 나서서 조치를 취하기로 했으나 그게 팔을 잘라낸다는 이야기일 줄이야…….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여기에서 산다는 것은 세이두를 천천히 죽이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마두는 탈출을 결심한다.(108쪽)
카카오 씨앗 배달 트럭에 숨어 있던 아마두와 세이두, 하디자는 트럭 기사에게 발각되지만, 기사는 동남쪽 도시까지 타고 가라고 한다. 아마두는 그의 선의가 진심인지 믿기 힘들고, 고향 말리는 남쪽이 아닌 북쪽 방향이라는 점을 들어 기사에게서 도망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하디자는, 자기는 코트디부아르 사람이며 집으로 돌아가려면 남쪽으로 가야 한다고 고백한다. 하디자가 농장 주인들처럼 코트디부아르인이라는 사실은 아마두를 혼란에 빠뜨리고, 하디자는 그때까지 숨겨 온 비밀을 모두 털어놓는다.
하디자는 코트디부아르 대도시 아비장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다. 기자인 엄마는 뭔가 ‘중요한 일’을 취재하던 중 매일같이 협박 전화를 받았다. 모녀는 간단한 짐만 꾸려 쫓기듯이 이사를 했지만, 하디자는 결국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농장에 끌려왔고, 지금까지도 자신이 왜 납치되었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일단 함께 자신의 집까지 동행해 주면 아마두와 세이두를 책임지고 안전하게 말리로 돌려보내 주겠다는 하디자! 동포인 줄 알았던 하디자가 증오스러운 코트디부아르인이라는 사실에 충격 받은 아마두! 과연 이들은 무사히 각자의 집에 도착할 수 있을까?
흥미로운 것은 이야기 속 소년 소녀의 탈출 과정이 카카오 농장을 벗어나 하역장을 거쳐 다국적 기업의 실체와 초콜릿 소비자의 존재를 알게 되기까지, 생산자부터 최종 수혜자까지 초콜릿 산업의 먹이 사슬 구조를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대단원에 이른 순간, 독자는 하디자와 함께, 바로 그 먹이 사슬 맨 끝자락에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 우리 자신이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이 어마어마한 이윤을 내거나 중간 상인들이 세금 한 푼 안 내고 배를 불리면서, 정작 농부들에게 돌아갈 몫은 거의 없”는 초콜릿 산업의 실상!(235쪽) 가난한 농장에는 돈이 적게 드는 노동자가 필요하고, 이 와중에 어린아이들이 납치되는 잔혹한 만행이 반복된다. 작가는 이처럼 강력한 서사를 통해 누구 하나만의 악행으로 규정하기 힘들 만큼 복잡다단한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를 통찰한다. 일상의 작은 사치가 지구 반대편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손을 맞잡고 있음을 우리 마음 깊숙이 각인시킨다.

노예의 마음에서 인간의 마음으로……
동정 없는 이 세계에 다시, 희망을 걸어도 될까?


아마두와 하디자는 국적도, 계급도, 자석의 양극처럼 서로 다른 성장 환경에서 자라난 청소년들이다. 하디자는 물불 가리지 않고 오직 탈출하겠다는 일념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농장 생활의 생리를 너무나도 잘 아는 아마두와 수없이 갈등을 빚는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하디자의 탈출 시도는, 아마두의 얼어붙은 마음을 처음에는 도끼처럼 내리찍고, 결국에는 요동치게 한다.
타인의 선의를 부정한 채, 희망의 가치를 부정한 채, 오직 생각 없는 기계처럼 모든 감각과 감정을 애써 눌러 왔던 노예 소년 아마두. 그런 아마두가 길들지 않는 야생 동물 같은 정신의 소유자, 하디자를 만나며 서서히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희망에 눈을 뜬다. 인간이 다른 인간의 도구가 아닌, 사랑이기 위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에 말이다. 그것은 노예의 마음에서 인간의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러는 속에 자칫, 눈물겨운 신파로 흘러가기도 쉬울 소재는 처절하지만 아름다운 성장 문학으로 나아간다.
초콜릿은 오랜 세월 유년기의 행복을, 수험생의 당분을, 연인들의 사랑을 책임져 왔다. 어디 그뿐이랴. 장국영부터 박보검까지 초콜릿 CF는 언제나 희대의 꽃미남을 호출해 달콤함이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증명해 왔다. 초콜릿이 달달한 기억 속의 단골 조연이라는 점은 너무나 고마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노예가 되라고 강요한 끝에 얻어진 풍요라는 진실을 아는 것은, 세계화 시대 최소한의 교양일 것이다.